정보/육아 정보 / / 2022. 3. 21. 10:58

바람 잘 날 없는 육아, 오은영박사의 훈육자세를 하다

금쪽같은 내 새끼 때리는 아이 - 내 얘기였다.  이 글을 쓴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일이 터졌다. 아들과 동갑인 조카가 놀러 왔고, 냉동고의 아이스크림을 발견한 조카가 먹고 싶다고 했다. 선율이(아들)에게 '줘도 될까?'라고 의사를 물은 후, 괜찮다는 아이의 말에  조카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넸다. 여기까지 순조로웠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엄마 아이스크림 사러 가야 해, 똑같은 거 하나 사서 채워 넣어야 해' 라며, 약간 흥분한 소리로 선율이가 다가왔고 설거지 중이었던 나는  '그럼, 설거지 끝나고 사러 가자'라고 말을 했다. 분명 밤 9시가 넘었지만, 어제 일도 있고 해서 최대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의 인내심은 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분명 설거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던 아이는 설거지가 조금 길어지자 말 그대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오래 설거지해!!!!!!!'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 모습에 조카와 언니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고, 나 역시 '그럼 지금 사러 가자'라고 했지만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화를 억누르며, 최대한 달래려고 했지만, 밤 9시 넘긴 시간에 일부러 쿵쿵 거리며 의사표시를 하는 아이 때문에 결국 또다시 '욱'을 했다. '너 이렇게 자꾸 뛰면 아래층에 피해 간다고 했지? 지금 내려가서 사과해야 돼. 나와!' 아이의 속상함의 크기보다 아래층에 피해 주는 게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던 나는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 사과 소리에 잔뜩 겁을 먹은 아이는 안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난동을 폈다. 그러길 10분, 갑자기 조용해져서 들어가봤더니

지쳐잠든아이
지쳐잠든아이

10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기에 피곤도 했을 것이고, 흥분하느라 몸을 많이 썻기에 울다 지쳐 잠들어 있는게 아니가?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상황은 종료되었다. 때리지는 않았지만 결국 욱을 했고, 그렇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 되었다. 하지만 육아는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그다음 날 일이 또 터졌다.

 



 아이와 아빠는 샤워하러 들어가고, 나는 패드 학습지 교사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분명 즐겁게 들어간 화장실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전화통화를 종료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우선 남편을 믿고 통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전화를 빨리 끊었어야 했다.

손으로얼굴할퀸아이
손으로얼굴할퀸아이

아이는 자학을 했다. 손으로 얼굴을 할퀴어 이미 피가 난 상태였다. 이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아이에 대한 측은지심도 있고, 왜 이렇게 됐을까 부터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눈에 물이 들어간 게 불편했던 아이는 화를 냈던 것이고, 늘 해오던 대로 하다가 오늘 다시 또 흥분하는 아이에 아빠는 화를 못 참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서로의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다시는 손으로 할퀴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왜 나쁜일은 계속 오는 것인지, 아이는 천 번 만 번 얘기해 줘야 했던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또다시 일이 생겼다. 축구게임을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게임 끝나고 어떤 결과가 나오던지 화내면 안 돼'라는 약속을 받고 2판만 하게 해 주었다. 승패에 예민했던 아이라 다시 하번 주지시켰던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애였다. 아빠가 패스를 안 해줬다는 이유 만으로 다시 또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욱하지 않기로 하고 '오은영 박사의 훈육 자세'를 적용해보기로 했다.


 

오은영 박사의 훈육 자세

  • 1단계 :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린다.
  • 2단계 : 본격적으로 훈육 자세를 잡아야 한다

 ㄱ. 엄마는 다리를 살짝 세우고 두 발목을 교차하고 앉는다
 ㄴ. 무릎을 벌려 두 다리를 마름모 모양으로 만든다.
 ㄷ. 아이를 그 사이에 엄마와 마주 보게 앉힌다.

 ㄹ. 아이의 다리를 펴서 엄마의 다리 사이에 넣는다.
     아이의 옆구리가 엄마의 허버지 안쪽으로 들어오면 자세를 잘 잡은 것이다.
 ㅁ. 엄마의 오른손으로 아이의 왼쪽 손목을,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잡는다.

     아프지 않게 가볍게 잡고 아이가 팔을 움직이면 그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여 준다.

 ㅂ. 훈육 자세가 완성되면 단호하게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돼'라고 말한다

  • 3단계 : 평점심을 유지하며 아이가 그치기를 기다려야 한다.
  • 4단계 : 돌방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토할 것 같다, 아프다 등 그럼에도 풀어주면 안 된다)
  • 5단계 : 아이가 진정하고 '네'라는 답을 하면 풀어준다.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잘했다고 한번 쓸어준 후, 얘기를 하자고 한다
  • 6단계 : 아빠 다리로 마주 앉아 저 지침을 준다

 

책에서 나온 데로, 아이는 침을 뱉기도 하고 아프다고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반항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약 1시간의 훈육 자세를 취하니 드디어 아이가 진정이 됐다. '엄마 안아줘' 그렇게 아이는 반항을 끝내고 나에게 안겼다. '네 뜻대로 안된다고 해서 화를 내면 안돼, 말로 네 감정을 표현해야 해결할 수 있는거야'라며 아이에게 주지 시켰고 아이는 알았다고 했다. 이 교육탓일까? 자기 전 이를 닦아야 하는데 아이가 화를 냈다. 늘상 잘 닦던 아이였는데 오늘따라 다시 반항을 했다. '양치는 꼭 지켜야할 규칙이야. 그렇게 또 흥분하면 엄마는 훈육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 이 말을 하자 아이는 알았다며 양치를 했다.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욱을 하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아도 때리지 않아도 아이를 통제할 수 있다니 그날 저녁은 오랜만에 잘 잘 수 있었다. 

 아직 하나의 작은 변화이지만 이 변화만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육아에 희망이 보인 것 같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분명 천 번, 만 번 얘기해야겠지만 나 자신을 갉아먹지 않는 범위에서 엄마의 권위를 세우고 단호하게 얘기해보련다. 그리고 동시대에 오은영 박사가 계심에 늘 감사할 뿐인다. 그리고 늘 얘기해 주련다. '사랑한다 아들아'

 

지금까지 노블루의 '바람 잘 날 없는 육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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