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당장 가봐라. 이건 아닌 것 같다"
"약 먹어야 하는거 아냐? 정도가 너무 심한데?"
얼마전 친정에 방문했을 때, 사단이 났다.
언니가 선율이에게 칫솔을 건네주다 옷에 물이 뭍었고, 그게 큰 화근이 되었다.
사과했지만 화는 머리끝까지 치솟았고, 아이는 또 난리를 쳤다.
엄마아빠를 할퀴고 때렸고, 아이는 참지못하고 자기 얼굴에 또 스크래치를 냈다.
이날은 유독 한시간이 지나서야 진정이 됐다.
첫날 오자마자 이랬으니 친정방문이 얼마나 암울했겠는가.
부랴부랴 마무리 짓고 서울로 올라가려는데 언니와 엄마가 말했다.
"정말 문제 있는것 같다. 네가 고생이다."
분명 알고 있었다.
내 아들은 분노조절이 안된다는 것을.
이 나이에 나타나는 행동으로 치부하기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엄마도 상담이 필요해 (feat. 허그맘 허그인 육아상담)
그간의 글과 여러 경험을 봐도 이제는 정말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을.
가족이 말해주니 더 와닿았다.
상경하자마자 소아정신과를 열심히 물색했고,
맘카페를 검색한 끝에 '잠실아이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란 곳을 알게 되었다.
평일 낮에 예약을 잡고 지난 주 금요일에 방문했다.
허그맘허그인처럼 디테일하게 물어보는 사전설문은 없었고,
어떤 문제때문에 왔는지, 부모/아이의 성향은 떠한지 1페이지로 끝나는 수준의 설문만이 있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다 엄마 먼저 선생님과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가 화가 나면 조절이 안됩니다.
부모를 때리고 분에 못이겨 자해하고. 저희 부모도 참다가 때리고
분노조절장애가 아닐까요? 약을 먹어야 할까요?"
하소연하듯 현재의 상황을 말했다. 선생님은 곰곰히 듣더니 이런 답을 주셨다.
"부모가 망나니처럼 키워도 얌전한 애들은 얌전해요.
이런 분노성향을 표출하는 것은 기질적인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은 약도 필요없고
부모가 일관되게 '훈육'하는게 중요합니다.
달랠꺼면 달래고, 혼낼꺼면 혼내고, 달랬다 혼냈다 이렇게 혼동을 주면 안돼요.
절대 아이한테 끌려가서도 안되고요."
결국 기질적인 영향이 크다고 했다. 다만 '발달/인지적 장애'로 분노성향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간단히 검사를 진행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나와의 상담을 끝내고 아이가 검사하기 위해 들어갔다.
한 5분이 지났을까? 다시 나를 불렀다.
"인지, 발달적으로 전혀 문제는 없어요.
다만 인지적 충동성이라고,
문제를 듣자마자 1번 지문 찍는것처럼 좀 급한건 있어요..
그건 아직 6세니깐 판단하긴 그렇고,
초등 입학 전후로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한번 더 찾아와요"
결국, 기질적 영향이 크니 힘들겠지만 참고 일관되게 훈육하라는 진단결과였다.
분명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아이가 어떤 병에 걸린건 아니라는 사실.
이런 분노기질은 결국 사라진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병원효과인지, 그날 이후로 분노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줄어들었다.
엄마 역시 노력하겠다. 서로를 존중해야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고
'사람을 때리면 안된다. 짜증내면서 얘기하는게 아니라 정확하게 얘기해야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다' 등
말하고 또 말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게, 얼마전 5세 아들을 둔 친구가 전화가 왔다.
"나 너무 힘들어. 너무 말을 안듣고 미쳐버리겠다"
" 다 그런거야. 참고 견뎌야지 어쩌겟냐~"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부모가 된다니,
정말 육아라는 것은 답이 없고 어려운 난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니 끝임없이 나의 해답을 찾겠노라..
지금까지 노블루의 '소아정신과 방문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