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김치는 많아봐야 2 조각 먹는 극강의 초등학생 입맛 남편 때문에, 햄, 돈가스 등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이 주를 이루었었다. 다행히 아들 녀석은 엄마 입맛이라 버섯은 물론 야채도 곧잘 먹었지만 반찬에 햄이 나오면 그마저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단도 하루 이틀, 코로나 때문에 재택과 집콕이 길어질수록 식단에 대한 고민과 불만은 쌓여갔고, 남편 역시 '우리 너무 야채 안 먹는 거 아니야?' 하면서 본인이 직접 얘기하는 수준까지 오게 되었다. 오죽하면 이럴까 싶어 극약처방으로 '샐러드'채소를 주문했다.
애용하는 아이디어스 앱에서 여러번 사 먹었던 '주은 농장 샐러드', 마트에서 파는 샐러드 팩보다 가격 좋고 (900g, 1만 원)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신선하다는 게 매력적이다. 참고로 성인 둘이 일주일 꼬박 먹으면 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더욱이 "다이어트 = 샐러드"이기에 코로나로 확 찐자가 된 나에게 안성맞춤인 재료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샐러드에 상콤한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려 먹으니 입맛이 더 돌아서 원래 먹던 정량보다 더 먹고, 무엇보다 저 푸릇푸릇한 채소를 보니 '고기'가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저녁 목살을 구워먹었다. 쌈채소도 여러 종류가 들어있어서 어찌나 고기가 술술 넘어가던지. 분명 건강을 위해 샐러드 채소를 샀는데, '건강한 돼지'가 되고 있었다. 더욱이 내가 간과한 것이 남편 때문에 야채를 잘 안 먹게 된 것이지 난 원래 야채파라는 사실이었다. 풀만 먹고도 뚱뚱한 코끼리처럼, 야채도 많이 먹으면 살찌는데, 심지어 야채만 먹는 것도 아니니 '다이어트'는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야채 덕분에 쾌변을 하고 있어서,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여 살림 잘하는 아내이자 엄마가 된 것 같음에 만족하고 있다. 결국 자기 합리화다. 그럼에도 샐러드는 맛있고, 소중하니깐 매주 시켜보련다.
지금까지 노블루의 샐러드의 역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