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약 2년 넘게 재택 중인 남편에게 나쁜 버릇이 생겼다. 6시 땡 하고 울리면 방에서 나오자마자 묻는 이상한 버릇.
'오늘 저녁 뭐야?'
2년넘게 매일 저 소리를 듣다 보니, 들을 때마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뭐 그렇게 까지 화가 날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재택 하는 남편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을 늘 차려야 하는 입장으로 점심때도 '오늘 점심은 뭐야?'를 듣고 저녁에도 '오늘 저녁은 뭐야'를 콤보로 듣다 보니 화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분명 남편은 죄가 없다. 나도 안다.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본 걸 알기 때문이다. 일전에도 '그만 좀 물어~'라고 볼멘소리를 냈더니 '이런 거 물으면 좋아하는 줄 알았지'라고 공감능력 1도 없는 소리를 해서 대꾸도 하지 않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무시를 하는데도, 늘 똑같은 답을 주는데도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그냥 주는 대로 먹어' 그렇다.
남편은 결국 주는 대로 먹을 수 밖에 없다. 다르게 대답해줘도 결론은 같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냉장고에 뭐가 있는데?'
'뭘 먹고 싶냐는거에 따라 내가 냉장고 보고 판단하는 거지'
누가 대답은 하는 건지. 결국 이런 날도 내가 주는 대로 먹는다. 솔직히 남편은 요리에 1도 관심 없고, 라면, 짜파게티 이외에는 할 줄 아는 요리도 없기에 선택권이 없다. 결론은 결국 주는 대로 먹는 것이다.
나에게만 국한된 상황은 절대 아닐거라고 확신한다. 결국 이 글의 핵심은 많은 주부들이 식단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면 남편이 그렇게 쉽게 질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나 역시 요리를 싫어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요리하려면 재료비로 순수하게 100은 잡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장바구니에 몇 개 안 담았는데도 5만 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무슨 밥이냐고 묻는 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성의 있게 집밥 해주려다가도 저 질문만 들으면 반항감이 생겨 이 날은 어김없이 배달이 된다.

분명 맛은 좋겠지만, 편하겠지만 그만큼 생활비는 줄어든다는 점, 남편들이 아내를 자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 삼시세끼 정말 다르게 밥준다는 거, 영양사도 아니고 정말 힘들다. 차라리 이렇게 물어봐 주면 좋겠다.
'오늘 저녁은 OOO이 먹고 싶네.'라고 명확히 음식명을 말해주면 된다. 이 음식에 맞춰 장도 즐겁게 볼 수 있고, 남편도 만족하고 누이좋고 매부 좋고 얼마나 좋은가.
'오늘 또 김치찌개야?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거 안 나왔네' 이런 소리 하면 얼마나 맥이 빠지는데, 사후 분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게 말해주는 게 낫다. 이렇게 글 쓰는 사이 또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글 마무리 짓고 점심을 차려야겠다. 그나마 오늘 점심은 비빔면 먹기로 해서 한결 수월하다. 식단 걱정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지......
지금까지 노블루의 '남편아, 오늘 저녁 뭐야?라고 묻지 마오.'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