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꼭 있어야 할 가구는 무엇일까요? TV? 소파? 책장? 정답은 내가 배치하고 싶은 가구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대부분 거실에 TV를 설치합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예전부터 늘 그래 왔기 때문이지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TV"였던 시절, 거실에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하던 관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도 다양하고 콘텐츠를 소비할 매체 역시 많아졌습니다. TV의 메인 역할이 많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런데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거실에 TV를 두는 게 최선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감히 TV를 없앴더니 놀라울 정도로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TV 없는 거실인테리어"가 왜 필수인지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말해보겠습니다.
하나. 위험요소가 줄어든다
아이있는 집과 가장 관련 있는 내용입니다. 아이방이 있는 경우나 아이방이 없어 거실에 아이방을 꾸며주는 경우든, 결국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거실입니다.
전에 살던 집의 거실 모습인데요. 한눈에 봐도 많은 아기용품 속에 거무퉤퉤한 TV가 눈길을 끕니다. 전셋집이어서 스탠드 형태로 TV를 두었는데, 아이가 기기 시작하면서부터 TV를 만지고 흔들고, 더 커서는 칼 놀이라던지 공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안전은 물론, TV가 남아나지 않겠구나 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 키우시는 분이라면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더군다나 아이가 어릴 때에는 TV를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위험요소는 많으면서 쓸모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TV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안방으로 TV를 옮기고, 그 자리에 책장을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위험해. 이쪽으로는 안돼" 하던 부정적인 말도 안꺼내게 되고, 아이 역시 노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진즉에 옮길걸 하는 아쉬움이 컸을 정도로 부모도 WIN, 아이도 WIN이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아이안전면이나 행동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고심하신 후 TV 위치를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런의미에서 거실은 꼭 제외하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둘. Out of sight, out of mind
"눈길에서 벗어나면 마음도 벗어난다" 사람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물 사이에서도 통합니다. TV를 안방으로 옮기기 전, 게임기를 샀었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할 것도 없는데 게임이나 할까?" 코로나 핑계도 있었지만 거실에 떡하니 TV가 있고, 게임기까지 있으니 유혹에 쉽게 빠져 들었습니다. 아들 역시 나이는 어렸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장난감보다 게임이 재밌다는 것을 바로 알게 돼서 "나 심심해, 장난감 시시해" 이러면서 적극 게임을 어필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 가장 많이 볼 수밖에 없는 TV가 있으니 얼마나 보고 싶고, 하고 싶겠습니까. 이러다 중독자가 될 것 같아서 과감히 옮긴 것도 있습니다. 그랬더니 확실히 요청하는 빈도도 낮아지고 점점 게임도, TV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이사 갈 집은 무조건 거실에 TV를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결국 실행에 옮겼습니다.
셋. 다양하게 놀 수 있다
TV 대신 전면+선반 형태를 혼합한 책장을 한쪽 벽면에 설치했습니다. 책을 좀 더 읽길 바라는 욕심이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확실했습니다. 특히나 맨 하단부에 전면 책장을 해 놓으니 관심 있는 표지의 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독서습관이 길러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족이 함께 만든 작품이나, 어린이집에서 만든 작품을 하나둘씩 전시해 놓으니 만드는 기쁨도 배가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TV가 있었다면 가능했었을까요?
전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아이도 인지 할 것입니다. 거실은 책 보고, 만들기 하고 가족들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요. 이게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됩니다.
마무리하며
거실에 TV를 없앴다고 하니 대단한 용기를 냈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늘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관념을 제가 타파한 것도 있고, 그분은 TV 없이 생활하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말을 꺼냈을 겁니다. 늘 처음은 어렵지요.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TV는 매립형/벽걸이가 아닌 스탠드로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저희 집 TV는 남편 방에 있는데 필요에 따라 위치를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벽걸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늘 이동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현재 스탠드 타입의 TV를 거실에 두고 있으신 분이라면 위치를 바꿔보세요. 새집에 사는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그럼 지금까지 노블루의 "거실에서 TV를 치우자 생긴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