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부터 부모님을 도와 직접 고구마 심고, 캐고, 팔고 있습니다. 준 고구마 농민이라 할 수 있죠.
부모님은 최초의 호박고구마 안노베니, 꿀고구마 (베니하루카), 그리고 올해 호풍미 고구마까지 다양한 품종을 심고 계십니다.
올해의 화두는 당연 호풍미 고구마입니다. 처음 재배를 했는데 소규로 심은 꿀고구마는 병이 많이 갔으나, 호풍미는 당당히 살아남았고, 심지어 수확량도 더 좋습니다.
🍠호풍미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순수 우리 고구마 품종입니다. 23년부터 재배를 시작해, 아직 많이 퍼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브랜뉴 품종이라 할 수 있죠.
풍원미와 호감미를 교배해 당도가 높고 병에 강합니다. 호박 당근 고구마로 불릴 정도로 껍질은 빨간색, 육색은 연한 주황색입니다.
보랏빛의 꿀고구마, 연한 색의 안노베니(호박고구마) 대비 많이 붉습니다.
속살 역시, 단호박처럼 황금빛을 띕니다. 외관적으로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정말 예쁩니다.
🍠가장 중요한 맛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맛입니다.
원래 고구마는 후숙할 수록 맛이 좋습니다.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저장고가 있는 농가라면 수확 후 일정기간 보관 후 판매를 합니다.
하지만 모님처럼 소규모로 지인에게 직거래하는 경우, 갓 캔 후 보내거나 일주일 정도 하우스에서 보관 후 발송합니다.
오랜 보관 시, 썩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배송받은 직후 먹으면 당도가 높지 않습니다.
저는 약 일주일 후숙한 호풍미를 먹어봤습니다.
"안에는 밤고구마처럼 퍼석퍼석하고 촉촉하지 않다.
기존의 안노베니, 꿀고구마 대비 달지 않다"
질척한 식감이 일품이던 호박고구마와 달리 호풍미는 건조했습니다. 질척한 식감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은 그래서 선호한다던데, 개인적으로 저에겐?? 였습니다. 뭔가 밤고구마 스러웠습니다.
직접 먹어본 지인역시 반응이 달랐습니다.
"너무 달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다"
"후숙 하면 괜찮지 않을까? (안 괜찮다)"
호풍미는 기본 한 달 이상 후숙해야 당도가 2배 올라온다고 합니다. 실제 대량으로 판매하는 고구마 농가 역시, 햇 호풍미 고구마는 포슬포슬 식감에 전분량이 높아 당도가 낮고, 11월 이후 저장해 뒀다 먹으면 달콤 촉촉, 수분 및 당도가 높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다려야 진가가 나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받아서 1달간 기다렸다 먹는 사람이 있을까요?
🍠호풍미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고구마 수확은 10월 중에 끝납니다. 그럼 11월 이후 고구마를 주문해 가장 맛있을 때 드세요.
못 기다리시겠다면, 일단 주문 후 일주일정도 신문지에 펼쳐 보관하세요.
그런 다음 에어프라이어로 최대한 길게 (저는 200도에서 40분) 구워보세요.
짧게 찌면 확실히 퍼슬한 식감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