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식기세척기, 음식물처리기, 삼탠바이미의 공통점은 '없어도 딱히 불편한건 아니지만 있으면 삶의 질이 왕창 좋아지는 가전'이다. 실제 나열한 가전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1인으로서 살 때는 의심했지만 사용하면서 후회한 적은 한순간도 없다.
하지만 딱 하나 3대 이모님 중 하나인 로봇청소기는 사지 않았다. 확신이 안섰다. 기존에 있던 유무선 청소기를 버리고 3M밀대에 부직포/물걸레 패드를 부착해서 쓰는 중인데, 그만큼 걸레질은 '손맛'이다라는 주의가 강했다.
그러다 '첫 로청으로 나쁘지 않은 가성비 제품'을 40만 원 극 초반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어버버 하다 '클리엔 T24'를 질렀다. 원래는 80만 원 넘는 제품인데 반값이면 거저가 아니겠는가?
클리엔 T24는 흡입과 물걸레가 함께되는 로봇청소기다. 음식물처리기, 미닉스 더 플렌더를 만든 '앳홈' 회사꺼라 그 믿음으로 질렀다. 네이버 평점 4.8에 불필요한 스펙싸움을 피하고 (자동 물걸레 청소는 없고 자동 먼지비움만 있음) 로봇청소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작동시켰지만 사용 10분만에
'로봇청소기 괜...히...사..ㅆ...?'
마음의 소리가 났다.
그 이유를 자세히 풀어겠다.
| 로봇청소기 단점
하나. 사람은 치우면서 청소할 수 있지만 로봇은 피할 뿐이다.
[애기 태어난 지 100일 맞은 지인 평]
😂 혼자 살 때는 잘 썼는데 '애기 태어나고 짐이 많아져서 결국 처박아 버렸어요'
그렇다.
로봇청소기는 본디 바닥에 뭐가 많으면 안 된다. 아이 키우는 집은 5cm 넘는 매트도 깔려 있을 것이고, 국민문짝 교구 등 많은 게 널브러져 있을 거다. 아래사진은 예전집 거실인데.... 아이가 어릴수록 어쩔 수 없다.
사진만 봐도 숨이 턱 막히는데, 로청이 비집고 갈 틈이 있을까? 그리고 대부분의 로청은 2cm 높이를 넘어 댕기는데, 아기 있는 집은 그 이상 높은 매트를 쓰니 매트 턱에서 이미 아웃이다.
아래사진은 현재 우리집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럼에도 로봇청소기를 위해 강제 바닥 정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집 거실 매트는 높이가 1.5cm라 클리엔이 잘 넘어다닌다.
단, 뭔가 아슬아슬하다.
그리고 왜 때문에 매트 모서리에서 지지고 볶는지.....(결국 모서리와 싸우다 져서 강제로 옮겨줬다)
또한 문어모양 바퀴다리는 사람이라면 빼서 쓸고 닦겠지만 로청은 곡선을 그리며 피한다. 심지어 저 시디즈 의자는 무거워서 뒤집어 올려놓지도 못한다. 결국 책상밑에는 사람의 영역이다.
또한 로청하면 자주 언급되는 선. 선. 선!!
티브이 스탠드 밑에 들어갔다 결국 선에 엉켜 내가 살려줬다.😂 티비 다이 밑에 각종 선들이 많을 텐데 '금지구역'으로 설정하던지 선을 조금 더 정리해 줘야 그 밑까지 청소 할 수 있다.
결국 로청을 위한 사전 클리닝은 '사람'이 해야 한다.
둘. 혼자 두기에 불안하다
로청을 사면 다들 아름다운 상상을 한다. 출근 전에 작동시키고 돌아왔을 때 반짝반짝 깨끗한 집을 맞이하는 그런 상상말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흠.............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에러메시지가 뜨고 동작을 멈춘다.
아래가 그 상황이다.
하필 소파 밑에서 멈추는 바람에 강제로 꺼내느라 고생했다.
원래는 자주 청소하기 힘든 소파 밑을 로청이 해결해 주겠거니 했는데, 소파 천이 밑으로 드리워지면서 로청 레이더 센서를 덮었고, 결국 멈춰버린 거다.
결국 이곳을 청소금지구역으로 정해버렸다.
이것은 하나의 예시인데, 사람이 없을 때 이러면? 결국 청소도 중단된다.
그럼 돌아와서 '뭐야?'를 시전 할 수 있다.
셋. 어쩔 수 없이 사각지대가 생긴다.
모서리 또는 로청과 벽면과의 이격 부분은 청소 사각지대다. 로보락은 모서리 전용 브러시가 달렸다는데 (그래서 더 비싸겠지만) 대부분 로청은 모서리 부분은 청소가 안되고, 벽면과 일정 이격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살짝 뜨게 된다.
+ 문 뒤는 청소할 수 없다. 로청이 지나갈 수 있도록 모든 방문을 열어두지만 그렇기에 문뒤는 또 사각지대로 남는다. ^^;; 사람이라면 문을 닫았다가 그 부분을 닦겠지만, 로청은 그럴 수 없다.
그나마 클리엔 T24는 양쪽에 사이드 브러시가 있어, 이격 부분의 먼지까지 제거해 준다. 단 물걸레는 어쩔 수 없이 닿지 않는다.
넷. 유지보수의 번거로움 그리고 머니...
그렇다. 유지보수가 꽤 필요하다. 먼지통, 전동식 물통, 물걸레포 빨래, 먼지통 비우기 등등
소모품도 주기적으로 사야 하고....
일반 유무선 청소기보다 배 이상의 손품이 든다.
나.. 잘할 수 있겠지?
또한 배터리 수명이 2~3년 이랬는데, 일체형이라 교체도 안된다.
그때 가봐야 로청을 또 살지, 좋은 경험 했다 했지 정해질 듯하다.
뭔가 계속, 단점만 말한 듯한데... 그럼에도 느낀 장점을 또 열거해 보겠다.
| 로봇청소기 장점
확실히, 사람 손보다는 깨끗하다
나는 기계의 성실함을 믿고 사람손보다 깨끗하다는 확신이 있다. 로청도 가히 그러했다.
확실히 빤닥빤닥 광이 났다.
사람이 쓸고 닦다 보면 먼지도 난리고, 일정 부분에서는 먼지가 살짝 뭉쳐 지저분해 보일 때도 있는데 로청은 일정하게 잘 닦였다.
남편도 그렇게 느꼈다.
사각지대는 있을지언정, 청소하는 공간은 깨끗했다.
몸이 덜 고생한다
몸을 안 쓴다.
허리를 숙일 필요도 없고, 청소기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혹 멈추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있을지언정 내 비려두면 일단은 알아서 청소하니 내 몸은 가볍다.
낭중에 청소 안된 부분만 살짝씩 건들어 주면 되니 세상 편하다.
결론적으로 로봇청소기는 식기세척기 6인용과 비슷하다. 식기세척기 12인용은 내 설거지를 다 해주는 제품이고 6인용은 설거지를 도와주는 제품이라 평한 적이 있는데, 로봇청소기 역시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보조용이다.
그리고 부지런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가전이다. 바닥에 뭐가 없는 상태가 로청을 위한 최적 공간이기 때문에 상시 뭔가 잘 정리해서 위에 두는 집안이 좋다.
또한 과거에는 부모님을 위해 하나 사드리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노인분들은 바닥에 짐을 두는 경우도 많고 문제 생길 때마다 오류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과연.... 이런 번잡스러움을 견디실까 싶다.
+ 완벽을 기대하면 안 된다. 원래 로청 흡입력은 무선청소기의 50% 수준이다. 고성능 무선이 1만 파스칼(Pa, 흡입성능을 나타내는 단위) 이상이라면 로청은 기본 3천 파스칼이상이다. 일반 가정집의 생활먼지, 머리카락은 3천 이상 정도만 돼도 충분하니 기존 청소기와 비교하면 안 된다.
자동걸레세척 기능은 편하지만, 물관리를 잘 못하면 세균이 쉽게 번식하고, 걸레에 쉰내가 날 수 있다. 요즘은 건조도 되고, 세제를 넣어 괜찮다고 하던데, 결국 사람의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 기능하나로 몇십만 원이 더 추가되는 셈인데 이게 나을지 물걸레만 빨아서 관리하는 모델이 나올지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로청으로 청소를 대체하겠다면 비추천, 한계를 알고 보조용으로 써본다 하면 추천한다.
(참고하면 좋은 글)
식기세척기 6인용 100일간 사용하고 느낀 점 (feat. SK매직 트리플케어)
에필로그. 클리엔 T24 간략 후기
① 레이저를 쏴서 거리를 측정하는 LDS를 달고 있어, 지도 매핑을 잘함. 지도는 최대 3개까지 저장 가능!
(LDS는 과거 프리미엄 모델에만 쓰이던 건데, 이제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레이저 센서임. LDS가 있으면 초반에 지도를 완성해, 최적 경로를 짜고 빠르게 청소할 수 있음)
처음 매핑할 때 우리 집 평면도를 그대로 인식하는 거 보고 1차 놀랐고 구획에 맞춰 청소동선 짜는 거 보고 2차 깜놀.
또한 일부 모델은 제한구역설정이 없다는데, 클리엔은 가상벽 또는 제한구역 설정이 가능함.
이걸 못하면 이상한 곳에서 계속 헤매기 때문에 서로 불편해질 수 있음!!! 진짜 좋은 기능임.
② 스테이션 못 찾는 제품 많다고 했는데, 클리엔 t24는 기똥차게 잘 찾아서 안착함.
안착하면 후다닥 먼지를 비워주는데, 이게 또 엄청 신기함. 소리는 클 지언정 그래서 뭔가 잘 빨아들이는구나 싶어서 안정감을 줌. 예전 무선 청소기는 내가 직접 먼지통 비워야 해서 먼지 날리고 힘들었는데 진정 편했음.
③ 궁둥이 팡팡하면서 물걸레가 바닥을 닦아주는데 뭔가 귀여움. MAX선까지 물을 채우면 30평 면적 거의 다 씀.
2번 사용한 물걸레인데 냄새가 안남.
클리엔은 물통에 탑재된 전해살균 시스템을 이용해 일반 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균 번식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99.99% 세균 박멸), 그 덕분인지 진정 냄새가 안나는 것 같은...기술력 긋긋
결론적으로 로봇청소기의 보편적 단점을 차치하고, 클리엔 T24로만 보면 생각보다 기술력은 뛰어난 듯. 최근 귀곰님이 리뷰한 LG 올인원 로봇청소기 영상을 봤는데, 180만 원 고가임에도 스테이션 도킹도 어버버 하고, 맵핑 지도도 1개밖에 저장 안 되고 자동걸레세척 능력도 영이었음. 그에 반해 클리엔은 그 모든 걸 다 잘함... 그럼 굳이 비싼걸 살필요가 전혀 없는 듯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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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로청치고 알짜 기술력이 다 들어있는지라 써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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