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다 헐값 된다.
안면도 친정에는 30년 된 업라이트 영창 피아노가 있다. 시골부모님이 야심 차게 장만한 피아노였지만, 필자포함 자녀들은 피아노에 소질이 없었다. 그 때문인지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피아노는 장식품이 되었고, 대학진학 · 결혼하면서 결국 짐이 되었다.
차라리 일찍 처분했더라면 '영창'이라는 브랜드 값 때문에 돈을 받고 버렸을 텐데 현재는 돈을 내고 처분해야 한다. 20년 미만이라면 업체가 돈 주고 가져가는데, 30년 넘으면 폐기비용이 발생해서 돈 주고 버려야 하는 셈이다. 미루다 헐값된 꼴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돈 내는 것은 차치하고 "읍·리"에 해당하는 작은 마을이라 피아노 처리 업체가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에 답이 있었다. 어떻게 찾았는지는 아래문단에서 기술하겠다.
피아노 처리 업체 찾는 방법
일단 지역명 + 피아노 중고매매라고 검색한다. 그럼 악기전반 또는 피아노만 전문으로 하는 중고매매 블로그가 나온다. 대부분 대표전화번호를 두고 의뢰지역에 따라 지점으로 연결해 주는 방식이라 전국을 커버한다. 그럼에도 안면도처럼 약간 변방은 지역적 제약이 있을 수 있기에, 지역명을 함께 입력해서 이전 이력이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게 좋다.
피아노 처리비용
필자는 총 4개 업체를 추렸고, 대표번호로 비용을 문의했다.
- 업체1은 나름 인지도 있는 업체였는데, 오래됐다고 처리를 거부했다.
- 업체2는 피아노가 아닌 폐기물 처리 전문업체다. 혹시 더 쌀까 싶어 문의했는데 3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 업체3은 조건부 15만원이었다. 엘리베이터 유무로 가격이 달라졌다
- 업체4는 바로 태안 지역 사장님에게 연결해 준다고 했다. 그 후에 가격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필자는 업체4와 계약을 맺었다. 이유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사장님에게 깊은 고향애를 느꼈고, 또 하나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원래는 10만원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유무, 계단 유무에 따라 난이도가 상승해 5만원이 추가된다. 단독주택의 경우, 마당에서 바로 실을 수 있으면 10만원이지만, 고객님댁의 경우 계단이 있어 5만원을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태안에서부터 거리가 상당해 원래 더 받아야 하는데, 안면도 가는 김에 관련 일거리를 더 만들어서 퉁 쳐보겠다"
유쾌한 답변이었다. 그렇게 15만원으로 확정하고 스케쥴을 정했다. 스케줄은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다 정할 수 있다.
피아노 처리는?
필자는 중개하는 입장이라 현장은 보지 못했다.
"혼자 와서, 살짝 들더니 구르마 받쳐서 잘 가지고 나가던데. 나도 할 수 있어 보이더라"
전문가가 하니깐 쉬운 거다. 피아노는 200kg이 넘는다. 심지어 아빠는 허리가 안 좋다. 15만원이 여간 아까우셔서 저런 진심이 80% 담긴 농을 하신 듯한데, 절대 아무나 하면 안 된다. 참! 오해하지 마라. 비용은 필자가 냈다. 참고로 현장에서 15만원을 부모님이 건넸고, 내가 계좌이체로 부쳤다.
이렇게 30년 된 친정집 피아노는 잘 처리했다.
한번 경험해 보니 30년 넘은, 남편이 신혼때 가져온 영창 피아노도 잘 처리할 수 있을 듯 하다. 남편도 동의하겠지?
그럼, 아끼다 헐값 아니, 돈 더 내지 마시고 방치된 피아노는 바로바로 처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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